교회는 층고가 높아요. 대형교회는 더 높아요. 여기는 개척교회여서 그나마 다행이에요. 그러나 층고보다 더 힘들게 한 것은 주차였습니다. 건물주가 얼마나 깐깐하던지 기계식 주차장에 못 넣게 하고, 1시간 이상 주차 안 된다 하고, 일 좀 본격적으로 할라치면 차 빼달라 하고... 귀찮고 짜증 나서 근처 유료 주차장 이용하는데 왔다 갔다 시간 다 버리고, 청소고 뭐고 돈도 싫고 건물주도 싫고, 그냥 도망가고 싶은 마음 간신히 추스르고 이런 날도 있구나 하며 오른 혈압 달래 봅니다.
외부 상황은 일할 의욕을 확 꺾어버렸으나 다행히 에어컨이 크게 더럽지 않아 심란함을 내려놓습니다. 열교환기에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내부에서 기계의 이상 없이 안전하게만 끝나면 반전이 있는 하루가 될 거 같다는 예상이....
부품 오염도도 양호합니다. 이 정도면 현장 용어로 '괜찮다'라고 합니다. 함께 한 기사가 있다면 눈빛으로 빨리 끝내고 갑시다 사인을 교환하죠. 이 정도면 세제로 불리지 않아도 고압으로도 충분히 해결이 될 정도이지만 작업 속도를 올리기 위해 전용 세제를 굳이 써줍니다.
자, 피부 보호를 위해 고무장갑 껴주고, 장화 신고, 앞치마 하고 후다닥 처리해 볼까요? 후딱이지만 높은 집중도로 자알 끝내볼까 합니다.
열교환기의 끝에 매달려 떨어질까 계속 붙어 있을까 고민하던 말라비틀어진 먼지 나부랭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시스템에어컨청소를 하면서 곰팡이 오염으로 까맣던 냉각핀이 밝고 환한 얼굴로 웃어줄 때, 오전의 주차 실랑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집니다.
분명히 밝히지만 부품 세척에 명백히 세제를 썼습니다. 오염도 약한 것은 고압만으로도 좋은 결과가 나오지만 세제를 굳이 쓰는 이유는 묵은 때를 청산하고 한 층 더 때깔 좋은 모습을 보기 위함입니다. 시스템에어컨청소에 사용되는 여러 세제가 있지만 전용 세제를 따로 구분하여 써야 하는 이유는 전문 용어가 동원되어야 하기 때문에 패스. 목사님과 사모님이 저녁에 있을 예배에 신경을 많이 기울인 덕에 에어컨청소도 안전하고 평안히(아! 주차는 빼고) 끝났습니다. 그분들 표현대로 저 위에 계신 신의 도움으로 잘 끝나게 되어 저도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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